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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of my Life

프로젝트 ‘생태계와 춤을’,을 제안합니다.

생태계와춤을.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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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프로젝트 생태계와 춤을’,을 제안합니다.

(* 본 글은 서교예술실험센터 2022 애뉴얼리포트를 바탕으로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한 글입니다)

 

1. ‘생태계란 무엇일까?

 

서교예술실험센터(이후 센터로 표시) 2023, 또다시 폐관의 위험을 맞이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양한 논의와 센터의 가치에 대한 증명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 공간의 의미를 지난해의 활동을 통해 되짚어보고자 서교예술실험센터 2022 애뉴얼리포트’(이후 리포트로 표시)를 살펴보았다. 그 중 다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 함께 생각해보고 싶어 그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하고, 그에 따른 개인적인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리포트의 첫 부분인 서교예술실험센터’,는 센터의 간략한 소개로, 배경과 정체성, 활동방향 등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되어 있다.

서교예술실험센터는 2009년 서교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창작공간2013년부터는 예술인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민관 거버넌스공동운영단을 중심으로 홍대 앞 문화예술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활동 중이다. 예술 현장에서 필요로 하지만 아직은 만들어내지 못한 새로운 지원방법론에 대해 예술인과 서교예술실험센터가 함께 고민하며, 이에 가장 부합하는 사업을 만들기 위해 매년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 중이다.

나아가 현장의 예술인과 공공기관이 각자의 역량을 상호 협력 속에서 한껏 발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만들기 위해 현재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1]

리포트에서 생태계란 말은 모두 ‘23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리포트를 읽어가면서, 리포트가 가정하고 있는 생태계에 대한 개념이 점차 혼란스러워졌다. 개인적으로 이해했던 생태계와 리포트에서 가정하는 생태계가 다소 다르게 느껴졌고, 그 차이가 결국 한 개인의 혼란을 넘어, 어쩌면 이것이 서교예술실험센터의 오늘의 위기이자 기회와 관련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되었다.

우선 위키백과에서 정리된 생태계의 내용을 공유해본다.   

생태계(生態系, 영어: ecosystem)는 상호작용하는 유기체들과 또 그들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의 무생물 환경을 묶어서 부르는 말…, 같은 곳에 살면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이 완전히 독립된 체계를 이루면 이를 '생태계'라고…, 이 말은 곧 상호의존성과 완결성이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요소…’[2]

이 중, 첫 번째로 주목한 부분은 같은 곳에서 살면서, 이다. 이는 생태계를 이야기 하는 데 있어서 장소란 개념이 그곳에서 생존하는 유기체와 무생물환경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배경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점이다. 이는 센터의 소개 부분 중, 홍대 앞 문화예술생태계란 표현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 서교예술실험센터는 홍대 앞이란 장소를 그 생태계의 배경이 되는 장소로 정리하고 있고, 동의가 되었다.

이어서 생각해본 부분은,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 이다. 리포트는 2022년 동안 센터의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고, 크게 1.기획사업과 2.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사업, 그리고 3.서울스테이지11 3가지 사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대체로는 창작자 및 예술계 구성원 중심의 활동으로 이해되고, 이외의 참여자는 구의원 정도가 눈에 띄었다. 그렇다면 지난 한 해 동안의 센터의 활동이 홍대 앞이란 장소에 활동하고 있는 존재들을 적절하게 포함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이 부분이 센터가 고려하는 생태계의 이미지로 파악되었고, 그렇게 나에게 혼란스럽게 다가온 지점이다.

센터를 떠나 주변을 잠깐 걸어보면, 예술과 무관해 보이는 다수의 존재들이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가깝게는 교회가 있고, 두드러지게는 카페와 술집들, 게임공간과 호텔, 사이사이의 거주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거리를 메운 시민과 관광객 등이 확인된다. 과연 이들 중 센터가 진행한 3가지 사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해 서로의 의존성을 확인한 존재들은 어느 정도일까, 물론, 리포트의 소개 부분은 나름대로 생태계의 범위를 문화예술생태계라고 특정해 표현하고 있지만, 과연 이런 특정이 장소특정적 생태계의 속성을 고려할 때, 별개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며, 또 바람직한 것일까, 어쩌면 이런 특정이 센터의 존재의미에 대한 증명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2. 어떤 실험이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가치를 보여줄 것인가?

 

대체로 존재에 대한 이름을 지을 때 다양한 고려와 고민을 하게 되고, 그렇게 기대와 지향 등의 마음을 담아 결정한다. 서교예술실험센터가 그 이름에 실험을 담았다면 그에 대한 방향과 가치를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위키백과 속 실험에 대한 정의를 참고해 본다.

실험(實驗, experiment) 가설이나 이론이 실제로 들어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조건 아래에서 여러 가지 측정을 실시하는 일어떤 조작을 가해 그에 따라 일어나는 변화를 조사하고 결론을 내는 일이다[3]

그렇다면 센터는 존재의 의미에 대한 증명을 요구받는 현실속에서 지난해 어떤 실험을 진행했을까? 리포트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 2022, 기획사업과 홍대 인디음악 생태계 활성화 사업, 그리고 서울스테이지 11 등 크게 3가지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 중, ‘실험의 성격을 명시한 공성장형 예술실험지원 <<링크(LINK)>>’(이후 링크,로 기록)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의 첫 부분에서, 링크의 3가지 목표, 1. 결과중심이 아닌 과정중심, 2. 동료예술가와 자유로운 네트워크와 교류, 3.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실험,을 제시하고 있는데, 여기서 주목한 점은 그 설명 중, 관계된 모든 사람이 서로 체결감을 느끼며 공성장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자란 부분이다. 즉 센터가 본 사업을 통해 적극참여 예술가 20인의 체결감을 느끼는 것을 사업의 기대로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하여 그 과정의 설계에서 보드게임 등을 활용한 다양한 모임 등으로 이런 기대를 현실화하려는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이 가는 부분은 두 번째 자율모임, 무위로 살아가는 방법(비기금전)’이다. 이는 창작자로서 기금을 지원받는 것에 대한 고민이 나누어진 것으로 추측되는데, 결과적으로 이런 생각들이 예술활동을 하는 개인들, 그리고 조직들이 생태계에 대한 시각과 이해의 범위를 재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센터는 소개내용에서 명시한 바와 같이, ‘홍대 앞 문화예술생태계의 구성원인 예술인을 중심으로, 주어진 상황 속에서 예술인, 서로의 의존성을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되풀이되는 폐관의 위험’, 센터의 존재 의미에 대한 증명을 요구 받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는 상황 속에 과연 어떤 실험이 의미가 있을까?

다시 생태계의 의미, 장소특정성을 바탕으로 서로 의존하는 유기체 집단 에 대해 생각해본다. 과연 센터는 주변의 존재들과 얼마나 서로 의존하고 있을까? 센터 뿐 아니라 그 존재들은 서로 의존하고 있을까? 질문을 여러 방향으로 확장해 본다면, 이 같은 상호의존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고, 또 왜 필요한 것인가?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궁극적으로, 이런 상호의존이 센터를 포함한 생태계의 존재에게 보다 안정적인 생존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 등의 질문이 가능할 것 같다.

만약 이 질문에 대한 긍정적 가능성에 동의한다면, 실험의 방향도 그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서교예술실험센터가 홍대 앞이란 장소특정적 생태계에서 상호의존을 통해 지속가능할 것인가’, 이다. 이 실험이 증명할 가치도 분명하다. 좁게는 대학가의 유사한 생태계에서 적용가능 한 예술가 혹은 예술활동공간의 생존모델을 제시할 수 있고, 넓게는 또 다른 생태계에서 시도할만한 생존모델로의 확장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프로젝트 생태계와 춤을’,을 제안합니다.

 

얼마 전 다녀온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실험예술의 역사와 관련한 전시를 보았다. 개인적인 이해를 대략 요약하자면, 과거 1960~70년대, 엄혹한 군사정부, 전체주의, 그리고 전통과 위계에 대한 저항이었다. 분명한 대상이 있었고, 명분도 뚜렷해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오늘, 절차적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르고 경제적 환경이 크게 개선되면서 실험예술의 대상도 명분도 불분명하게 되었다. 보이는 환경은 분명 개선되었지만,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주입된 경쟁과 생존의 지침을 바탕으로 어쩌면 더 큰 긴장과 경계 속에 살아간다. 무엇보다 두드러져 보이는 문제는 자살의 증가와 출산의 감소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주목하는 큰 이유는 개인의 소외와 고립이다.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초연결의 시대에 소외와 고립의 문제라니, 이해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것이 개인적으로 오늘날 예술이 실험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고 주목하고 있다.

이런 시각은 자연스럽게 예술가, Rirkrit Tiravanija에 대한 생각으로 연결되었다. 갤러리를 찾아온 관객들과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을 예술로 제시하는 작가이다. 일반 갤러리의 오프닝처럼 작품이 있고, 그 작품을 보러 온 관객을 환영하는 기능과는 전혀 다르다. 이 전시의 목적은 음식을 함께 나누며 이루어지는 관계이다. 이런 실험이 어쩌면 오늘날 생태계의 시각에서 서로의 상호의존의 의미를 확인하고 상황을 개선해 나갈 수 있는 실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 센터가 진행한 2022년 예술활동 중, 정성민(정나금), ‘난 연극 아닌 거 같애 이뤄지지 못한 기획안들 : 멍텅구리 천도재가 기억에 남는다. 다수의 인원이 참가하여 함께 뛰어 놀며, 다가올 새해의 시간들에 대한 서로의 평안을 나누었던 유쾌한 작품으로 기억된다. 이 활동의 사전작업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 참여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없지만, 이것이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작품의 형태로 홍대 앞 생태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존재들이, 쉽고 편안하게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의 기획과 진행에 참여하고 또 함께 춤출 수 있는 실험으로서, 프로젝트 생태계와 춤을을 제안하고 싶다.     



[1] 서교예술실험센터 2022애뉴얼리포트

[2] 위키백과, 생태계